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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미나리>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영화에 출연한 영화배우 윤여정씨는 <미나리>로 올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여우조연상으로 세계적인 배우로 떠오른 것도 인상적이지만, 각종 시상식과 인터뷰에서 유머러스하면서 감동적인 스피치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올해 75살로 세계적인 영화배우로 떠오른 윤여정씨는 단순히 영어만 잘하는 게 아니다. 그녀는 어디서나 자신만의 독특한 유머감각을 선보이며 매력을 발산한다. '윤며들다'라는 말을 유행시키면서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그녀에게는 독특한 유머매력이 있다. 오늘은 잠시 그녀의 유머흔적을 따라가며 남아있는 향기를 맡아보자.

얼마 전 그녀는 TVN의 '윤스테이’라는 예능 프로에서 식당대표를 맡아 열연했다. 미국인 고객이 오징어먹물이 들어간 음식을 보고 놀라면서 농담을 던졌다. “우리를 독살하려는 건 아니죠?”

까만 먹물이 독약으로 보여서 위트를 던진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유쾌하게 받아냈다.

“Not, tonight, maybe tomorrow

(오늘밤은 아니에요, 내일은 모르죠).”

잘못 받으면 썰렁해지는 대화를 미국식 위트로 받아친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그녀의 멘트를 기억했던 것은 예전 무릎팍도사라는 프로그램에 윤여정씨가 출연했을 때였다. 메인 MC인 강호동씨가 물었다.

"언제 연기가 제일 잘 됩니까?"

윤여정씨는 상상하지 못할 솔직한 대답으로 스튜디오를 한바탕 뒤집어 놓았다.

"생계가 달려 있을 때 제일 잘 됩니다."



한때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때를 회상하면서 솔직하게 말한 것이 위트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유머는 솔직함과 진정성에 바탕을 둔다. 허세를 한 순간에 털어낼 때 웃음이 터진다.



그녀의 솔직함이 탁월한 유머가 된 사례가 또 있다.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을 때 아나운서가 물었다.

"윤여정씨는 영화에 자주 출연하시는데 감독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러자 윤여정씨가 피식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좀 쌉니다."



소탈하고 무게 잡을 줄 모르는 그녀의 위트속에서 자기를 낮추는 지혜가 느껴진다. 자신을 낮추면서 다시 올릴 줄 아는 유머의 고수인 것이다.



예전 "힐링캠프"편에 출연했을 때 MC 가 성형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뜸들이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네, 저 성형했어요. 집이 오래되면 다들 집수리

하잖아요. 그런데 한 동네에서 우리 집만 안 하면 폐가가 돼서 집이 안 팔려요.

그래서 쌍꺼풀 좀 찝었어요!"

모두가 성형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는데 그녀는 얼른 수긍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낸다. 연륜에서 나오는 매력적인 소통기법이다. 잘못 건드리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는데 그 약점을 끄집어내며 웃음을 유도한다. 유머의 지존급이다. 당돌할 정도의 솔직함은 끝이 없다.



얼마 전 영화 <미나리> 공식 시사회에서도 그녀의 전매특허 위트를 선보였다.

"전 오랫동안 배우로 활동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독립영화인 걸 알고 하고 싶지 않았어요. 모든 면에서 고통받을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예요"

독립영화의 부족한 투자금때문에 겪게 될 여러 상황을 차후에 위트있게 고백한 것이다. 당연히 미국 청중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그녀가 던진 돌직구같은 솔직함과 진정성이 전세계적인 위트코드가 될 수 있음을 배웠다. 물론 상황에 맞게 적시에, 적절하게 사용하려면 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야 하겠지만!



솔직함과 돌직구로 만들어진 그녀의 위트뒤에 어떤 철학이 들어있을까? 몇 년 전에 출연했던 "꽃보다 누나"에서 힌트 한 조각을 주웠다. 그녀는 굴곡진 인생을 이겨내기 위해서 허세나 허울에서 벗어나 즐거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며 말한다.

"난 웃고 살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늘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한다."

웃으면서 즐겁게 살기로 작심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니 위트와 친해지지 않았을까! 더 많은 위트를 나누는 대배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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