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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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첨지는 황소를 몰고 장으로 갔다.
소 장터는 거간꾼들이 흥정을 붙이고
살 사람 팔 사람은 값을 깎으랴,
올리랴 부산하게 떠들어댔다.

이첨지는 황소를 팔아서 암소를 살 참이다.
여기 기웃, 저기 기웃 소값을 알아보다

“사돈”

소리에 뒤돌아보니 사돈도 소 고삐를 잡고 있다.
“어쩐 일입니까, 사돈?”
이첨지가 묻자 사돈이 말했다.

“이 암소를 팔러왔지 뭡니까,
이걸 팔아 황소를 사려고요.”

“나는 이 황소를 팔아 암소를 사려던 참인데.”
두 사돈의 필요조건이 두 동강난 사발,
이를 맞추듯 서로 똑 떨어지게 맞았다.

“우리 서로 바꿉시다.”
“암, 그래야지요.”


둘은 소 고삐를 바꿔 쥐며 거래를 끝냈다.
“사돈, 내가 오늘 사돈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 황소를 파느라 애를 먹을 것은 둘째치고
거간꾼에게 구전을 얼마나 뜯겼겠습니까.

구전을 벌었으니 제가 구전만큼 한 잔 사겠습니다.”
둘은 주막집 마당 구석에 소 두 마리를
매어두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우리 딸년이 사돈을 잘 모시는지
자나 깨나 걱정입니다.”

“우리 집에 복덩이가 들어왔습니다.
걔가 우리 집에 오고 난 후 해마다
논 한 마지기를 삽니다.”


화기애애하게 이첨지와 사돈은 대낮부터
부어라, 마셔라 호리병이 앉아 있을 사이가 없다.
얼마나 마셨나,

이첨지가 계산을 하고 나오자 사돈이 말했다.
“구전은 나도 벌었지요.”
둘은 다른 주막에 가서 또 술판을 벌였다.
이첨지가 말했다.

“내 황소를 팔고 사돈 암소를 판 구전은
우리가 찾아 먹었지만
내가 암소를 사고 사돈이 황소를 산 구전은

아직 남았잖소.”
“맞아, 맞아.”


그들은 말도 서로 놓으며 또 다른 주막에 가서
밤 깊은 이경까지 술이 술을 마셨다.

주막을 나와 고주망태가 된 이첨지는
사돈과 바꾼 암소에 올라타고,
사돈은 이첨지의 황소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갔다.

암소 등에서 떨어지다시피 내린 이첨지를
마누라가 부축을 하며
“모두 영감 기다리다 이제 잠들었소. 조용히 하세요.”

이첨지는 안방으로 들어가자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마누라를 껴안았다.


마누라는 술 냄새가 코를 찔러 고개를 돌렸다.
날이 새자 한 이불 속에서
벌거벗은 이첨지와 안사돈이 비명을 터뜨렸다.

거의 비슷한 시간에 감골 이첨지의 집 안방에서도
비명이 터졌다.

소 잘못이 아니다
소는 주인이 바뀐 줄도 몰랐고,
새 주인의 집도 몰랐다.

고주망태를 태우고 그저 자기 살던 집으로 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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